"No man is an island.”(우린 외딴 섬이 아니다.) 영국의 시인겸 목사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의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우린 외딴 섬이 아니니, 서로 돕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약자는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서로 도와야 하는 이유를 지난 시간에 소개드린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인간은 서로를 돕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연약한 신체 조건에도 불구하고 맹수의 위협을 물리치고 생존과 번식에 성공해서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여러 수출 지원기관에서는 영세수출기업에 대해 특별히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에서도 수출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회원사의 개별적인 보험 가입 절차 없이도 소속 단체가 회원사를 대신해서 보험에 드는 경우 소액 범위 내에서 이용요건이 되는 회원사의 수출거래를 커버해주는 단체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수출유관기관, 금융기관, 지자체 등에서는 무보의 국외기업 신용조사비나 무역보험료도 지원해주고 있으니 이용 자격이 되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놓치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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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수출거래의 대금미회수위험을 담보하는 무보의 단기수출보험(선적후)과 이 상품을 중소중견기업 친화적으로 만든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을 소개드렸다.
이번에는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을 더 가볍게 만들어 협회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회원사를 대신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을 소개한다.
이 상품은 단체의 회원사인 영세수출기업을 수혜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구조를 더욱 간소화하고 보험료 부담을 낮추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회원사에는 보험료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회와 지자체 등의 단체가 보험료를 대신 부담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단체의 경우에는 회원사가 20% 이내에서 일부 보험료를 납부하게 하기도 한다.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은 단체보험이기 때문에 회원사별 연간 보험책임 한도는 10만 달러 이내로 소액이다.
참고로 연간 수출실적 10만 달러 이하는 보험책임 한도가 2만 달러이다. 보험사고 발생 시 보상비율은 95%이다.
회원사의 보험 가입 자격요건은 연간 수출 실적 3000만 달러 이하의 무보 신용등급 G등급 이상의 중소중견기업이다.
2.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 개요)
• 보험계약자 : 회원사(수출자)가 소속된 단체
• 피보험자 : 연간 수출실적 3000만 달러 이내이며, 무보 등급 G등급 이상 중소중견기업
• 부보대상거래 : 일반수출, 위탁가공무역, 중계무역
• 부보대상건 결제기간 : 중소 1년 이내, 중견 180일 이내
• 연간 보험책임 한도 : 2만 달러 초과~10만 달러 이하(통상 5만 달러)
• 보상비율 : 95%
• 보험기간 :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 보상 제한 거래 : 보험책임 개시일자 기준 고위험 인수제한 국가 또는 이란 소재 수출계약 상대방과의 수출거래, 또는 수출계약 상대방이 무역보험 사고 발생 수입자이거나 공사 신용등급 R급임을 알고 수출한 거래
3.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소액한도)
• 피보험자 : 연간 수출실적 10만 달러 이하 G등급 이상 중소중견기업
• 연간 보험책임 한도 : 2만 달러
• 기타 조건은 단체보험과 동일하며 단체보험과 단체보험소액한도는 중복 가입 불가
연초에 소속 단체에서 회원사를 상대로 가입 회원사를 모집한 후 무보와 단체 간 단체보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회원사에서는 보험사고 발생 시 무역보험공사로 직접 보험사고 접수를 해서 보험금을 수령하면 된다.
수출자의 수출통지 의무는 면제되고 수입자 신용조사 절차도 생략된다.
회원사가 보험계약 유지를 위해서 해 야할 일은 회원사가 가입한 단체가 무보의 단체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일부의 경우에는 회원사가 소속 단체 등에 가입 신청)하는 것과 해외 바이어로부터 수출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보험사고 통지를 하고 보험금 청구를 해서 조건에 부합되면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뿐이다.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보 홈페이지에서 단체보험 가입 단체를 검색한 후 소속 단체의 보험 가입 대상기업 리스트에 자사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단체보험 가입된 회원사는 무보 홈페이지 내 사이버 영업점에서 보험증권을 발급/조회할 수 있다.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은 소액 초보수출자를 위해서 단체에서 대신 보험에 가입하는 제도이니 수입자별 연간 수출금액이 5만 달러를 넘어가는 경우, 가능하면 앞서 소개해드린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4. 무역보험료 지원사업
한국무역협회,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산무역협회 등 수출유관기관, 서울시, 부산시 등 지자체에서는 소속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매년 초 무역보험공사에 무역보험료 지원예산을 배정해서 보내준다.
5. 보험료 지원사업 시행 단체 리스트(2024년 기준)
• 유관기관 등 : 대구은행 보증(험)료, 한국수산무역협회, 산림조합중앙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하나은행 보증(험)료 및 해외채권 추심대행 수수료 지원, 한국무역협회, 한국서부발전, 신한은행 보증료 지원, 국민은행 보증(험)료 지원, 우리은행 보증료 지원, NH농협은행 보증료 지원
•지자체 : 강원도, 경기도, 경산시, 경상남도, 경상북도, 광주시, 구미시, 김제시, 김포시, 김해시, 달성군, 당진시, 대구시, 대전시, 밀양시, 부산시, 부천시, 서울시, 성남시, 세종시, 수원시, 시흥시, 아산시, 안산시, 안양시, 양산시, 오산시, 용인시, 울산시, 울주군, 원주시, 음성군, 익산시, 인천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전주시, 제주도, 진주시, 진천군, 창원시, 천안시, 청주시, 춘천시, 충청북도, 충주시, 충청남도, 칠곡군, 파주시, 함안군, 화성시
무보는 상기 단체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단체의 지원예산으로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 보험료를 납부하고, 이외 단체의 회원사가 개별적으로 드는 보험(보증)의 보험(증)료를 납부처리한다.
단체의 무역보험료 지원예산은 단기수출보험(단체보험),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이나 환변동보험 등도 대상이 되니 다음의 한국무역공사 사이트에서 단체별로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확인해본 후 필요한 무역보험을 활용하길 바란다.
기관에 따라 보증(험)료, 국외기업 신용조사비 등도 지원이 된다.
KOTRA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수출바우처 사업에서도 무역보험공사의 보험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사례] 영세수출기업에게 단체보험 보험금은 가뭄 속 단비
단체보험이 절차상 회원사에게는 편리하기는 한데 보험금은 잘 지급될까? 이하에서는 영세수출기업이 외상으로 수출하고 돈을 못 받아 고생하다가 무보의 단체보험 덕분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아 손실을 회복한 사례를 소개한다.
A1. K-뷰티 수출 후 무보의 단체보험으로 손실 복구
화장품 제조업체인 U사는 독일 소재 화장품 제조업체와 5년 이상 소액으로 화장품 수출거래를 해오고 있었다.
거래규모가 크지 않고 오랫동안 믿고 거래를 해오던 터라 U사 개별적으로는 무역보험에 가입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믿고 거래해오던 바이어가 2022년 하반기에 파산하면서 수출금액 중 3만2000달러를 회수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였다.
U사는 자체적으로 무역보험에 든 적이 없어서 낙담하고 있던 차에 소속 단체가 회원사를 대신해서 가입하는 단체보험이란 제도가 있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무보에 연락해보니 U사도 단체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기에 손실액에 대해서 보험금 청구를 하였다.
무보는 사고 조사 후 단체보험의 보상비율 95%에 해당하는 3만 달러를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
A2. 거액의 손실 중 일부를 단체보험으로 회복
여성용 의류 제조기업인 L사는 미국 수입자와 무신용장방식 외상거래를 4년 가량 지속해왔다.
거래기간이 길어지면서 거래규모도 덩달아 늘어났으나 믿고 거래하는 사이였기에 무역보험에 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수입자의 자금사정 악화로 21만 달러를 만기가 지나도록 회수하지 못하였고 영세한 수출자인 L사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나마 L사 역시 단체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어서 21만 달러의 손실액 중에서 단체보험 책임한도인 5만 달러는 보험금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중소중견기업은 대체로 보험료 지원예산으로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에도 가입할 수 있었기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동사가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에 가입했더라면 손실액의 100%인 21만 달러를 보험금으로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중소중견기업에게는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을 강추한다.
역시 의류업체인 Y사는 영국의 바이어와 2019년부터 무신용장방식으로 수출거래를 지속해왔으며, 2024년 초 바이어가 파산했을 때 Y사의 미수금 잔액은 8만8000달러에 달했다.
Y사 역시 단체보험 책임한도인 5만 달러는 무보로부터 보험금으로 수령할 수 있어서 큰 위험은 피할 수 있었다. 역시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에 가입했더라면 손실액 전액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