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에서는 공립병원을 떠나는 의료 종사자가 늘어나는 반면 사립병원은 나날이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의료장비 수출, 의료기술 전수, 산학협력, 검진센터 협력 및 의료 디지털 전환 등의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넓어질 전망이다.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공립 의료=세계보건기구(WHO)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1531개의 병원이 있다. 이 중 86%는 공립병원, 14%는 사립병원이며 대부분의 대형 병원은 호찌민, 하노이, 다낭 등에 집중돼 있다.
1318개의 공립병원은 국립, 시립, 군현 3가지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1급 병원의 42%는 북부에 집중돼 있으며 이 병원들은 전체 환자의 60%까지 수용 가능하다. 북부 하노이시에는 22개의 국립병원이 있다.
전체 63개 성시 중 50개 성시 이상이 1개 이상의 사립병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만 명 당 1.7개의 개인 병상을 보유 중이다. 호찌민시, 하노이시, 다낭시 등의 주요 도시에서 사립 의료시설은 전체 외래 환자의 32.2%, 입원 환자의 6.3%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 기준 베트남의 의사 수는 9만6200명이며 2020년 국가 의료보험 가입자는 868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8.7%다.
베트남 지방정부와 보건부는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공립 의료 관련 상황을 개선하기 국내외 민영 의료기관에 투자를 요청해 의료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하노이는 5년 안에 5000개의 병상과 8조6000억 동 규모의 병원 15개를 새로 열 계획을 갖고 있다. 2020년 기준 베트남 인구 1000명 당 의사는 0.82명, 간호사 1.3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000명당 의사 수 평균인 3.3명에 비해 크게 낮다.
◆해마다 증가하는 사립병원=베트남의 사립병원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에는 102개의 사립병원이 5800개 이상의 병상을 제공했다. 5년 후인 2017년에는 그 숫자가 182개, 1만1700개로 늘었으며 3년 내 사립병원은 300개가 넘을 전망이다.
2020년 8월 비나캐피탈은 하노이 쩐지흥의 뚜꾹종합병원에 267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호안미의료메디컬그룹은 호찌민에 있는 싱가포르계 국립병원 행복국제병원과 후응이종합클리닉을 인수해 870명의 의사와 5300명의 간호사, 3400개의 병상, 15개 병원 및 6개 클리닉을 보유한 베트남 최대의 민간 의료그룹으로 거듭났다. 또한 지난 수년간 빈멕하이퐁국제병원, 메드라텍병원그룹, 땀안병원 같은 신규 민간 병원이 다수 설립됐다.
◆해마나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통계 전문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베트남의 연간 의료비 지출 규모는 2021년 기준 172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9%를 차지했다. 베트남 의료시장은 2021년 기준 5100만 달러이며 신규 개업한 의료 관련 신규 사업은 901개, 평균 기대 수명은 75.4세였다.
세계은행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1인당 연간 헬스케어 지출액은 2018년 163.15달러에서 2019년 180.72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주베트남 영국상공회의소의 2021년 베트남 헬스케어 보고서는 2027년까지 베트남 인구 1인당 연평균 의료비 지출액이 400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만 명당 병상 수는 31개로 2015년의 26.5개 대비 4.5개가 증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1만명 당 32개의 병상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베트남 통계청은 베트남의 GDP 대비 보건 사회복지 분야 기여도가 2015년의 1.7%에서 2019년 2.8%로 4년간 1.05%P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3%, 2021년에는 3.1%를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4년제 의사와 6년제 의사=베트남의 29개 의대에서는 매년 400~600명의 의사를 배출한다. 베트남 교육훈련부는 모든 기초 학위의 기준 및 커리큘럼을 담당하며 베트남 의학대학의 전문의사 양성도 이 기준을 따른다. 베트남 의대에서 수학한 의사는 임상(임상병리사), 수련의(대학병원 의사 및 교수), 아카데믹 세 가지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임상 트랙을 선택할 경우 레벨1 임상의는 1년의 수련기간을 거치며 레벨2는 레벨1 수료 후 최소 6년의 경력이 지나야 취득이 가능하다. 수련의 트랙은 대학병원 임상의 및 교수가 될 수 있는 과정으로 수련의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학 석박사를 받고 연구의가 될 수 있다. 베트남 의대에 진학할 경우 6년의 수련의 프로그램과 4년의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베트남 보건부는 지역사회의 공립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4년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6년제에 입학하는 의대생들은 국가고시에 합격한 고등학교 졸업생이며 4년제 입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의대의 자체 시험에 합격한 보조 의사들이다.
시장조사기업 켄리서치에 따르면 베트남의 일반 의사는 2016~20년 연평균 0.2%, 같은 기간 의학석사 졸업자는 6.23% 증가했다. 주요 의대 보유 도시는 하노이, 타이응우옌, 하이퐁, 호찌민 등이며 10대 의대는 하노이 의대, 타이응우옌 의대, 하이퐁 의대, 타이빙 의대, 후에 의대, 껀터 의대, 팜응옹탁 의대, 호찌민 국립 의대, 베트남 군사의료아카데미, 보 트엉 또안 의대 등이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점진적으로 의학교육을 통합해 학생 중심 원칙을 적용하고 문제 기반 및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방법을 도입했다. 또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네덜란드는 베트남에서 주요 8개 의대의 의료기술 훈련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2013년 말부터 베트남 의대들은 정부가 승인한 ‘건강 전문가 및 보건 전문 시스템 개혁 프로젝트’(HPET)를 도입해 의료 교육 모델을 발전시켰다.
◆공립병원 떠나는 의사들=베트남 의료시장의 86%를 차지하는 공립 의료기관의 현실은 열악하다. 하노이 시의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18개월간 하노이시 공립 의료에 종사하는 약 900명의 종사자가 직업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공립 보건의료 근로자 중 퇴직자 532명, 이직자82명이었으며 올해 1~4월에는 이 숫자가 226명과 17명이었다.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관계자는 “베트남 공립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업무량은 매일 야근을 해야 할 만큼 과중한 반면 이들의 월급은 턱없이 낮다 보니 많은 의료진이 오랫동안 종사한 의료분야에서 이탈해 새로운 직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호찌민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호찌민시의 공립 의료기관을 떠난 의료진은 400여 명으로 호찌민시의 연평균 의료분야 퇴직자 수와 비슷하다. 특히 호찌민시 보건부문은 2021년 1154명이 사직하거나 이직해 공립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호찌민시는 ‘풀뿌리 의료 역량 개선을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한편 시 310개 보건소에 연간 1380억 동(약 5815만4166달러)을 지출하기로 했지만 공립 의료계 전문가들의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양극화 심한 공-사립 의사 수입=베트남 보건부는 2015년 5월 ‘공립 전문의사 및 의료진 자격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의사를 수석의사(클래스1), 주치의(클래스2), 일반의사(클래스3)으로 분류한다. 예방의학 의사 역시 1, 2, 3급으로 나눈다. 대학 졸업 유무, 공립병원 취업 연차, 석박사 학위 유무에 따라 공립병원에 종사하는 의사는 최대 9급까지 월급 등급이 정해져 있다. 또한 의사가 대학병원의 교수로 겸직하면 추가 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3년마다 1등급씩 인상된다.
보건부 규정에 따른 수석의사의 경우 1등급은 992만 동(418달러), 2등급은 1004만9600동이며(423.5달러), 6등급은 1280만 동(539.4달러)의 기본급을 받는다. 주치의 급은 1등급 704만 동(296.7달러)에서 8등급 1084만8000동(457.1달러)이며 일반의사는 최소 374만 동(157.6달러)에서 연차별로 최대 796만8000동(335.8달러)까지 받는다.
반면 사립병원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급여는 천차만별이지만 공립병원의 2~4배에 달한다. 사립병원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는 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베트남 의대를 졸업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오거나 해외에서 수련의 과정을 수료한 사람을 선호한다. 해외에서 의학 관련 석박사나 수련의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경제 여건이 되는 의대 졸업생들은 해외연수 및 석박사 과정 이수를 통해 사립병원 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인력개발 컨설팅 기업 퍼솔켈리에 따르면 호찌민시의 5~10년 경력 사립병원 의사의 월 실수령액은 최소 2500달러에서 최대 3500달러이며 하노이의 경우 2000~3000달러다. 10년 경력 수간호사는 호찌민과 하노이시 모두 최소 1500~3000달러이고 2~5년 경력의 일반 간호사는 600달러에서 1200달러를 매달 받는다.
공립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쳐 의대 교수로 재직하는 6년차 의사보다 사립병원에 종사하는 간호사의 월급이 훨씬 높다. 10년 이상 수간호사로 공립병원에 재직한 간호사의 경우 월 평균 임금이 800만~1000만 동(337.1~421.4달러)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립병원 간호사는 최소 2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공립병원의 실력 있는 전문 의료진이 사립병원으로 이직하거나 아예 타 직종으로 옮겨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방 의료인력의 부족=세계은행의 2020년 보고서, 베트남 통계청의 2019년 통계, 베트남 보건부의 2018년 백서를 종합하면 베트남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18년 기준 0.8명에 불과하다. 주변국과 비교하면 태국과 동일한 수준이며 한국(2017년, 2.4명), 일본(2016년 2.4명), 중국(2017년 2명), 말레이시아(2015년 1.5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하노이, 호찌민, 다낭, 껀터 등의 도시는 나은 편이다. 대형 병원의 대부분이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에 집중돼 있어 중부 고원지대 또는 북부 산간지대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큰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곤 한다.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은 산업공단이 있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지만 낮은 소득 때문에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동나이성에는 170개 병원이 있지만 대부분 상시 근로 중인 의사가 부족하다. 보건부는 동나이성의 병원에 근무할 의사를 모집하고 있지만 충원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통녓 지역의 흥락메디컬스테이션은 1만700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이 8명에 불과하다. 또한 이 병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한 의사는 월 수입이 344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베트남 정부와 보건부는 지역별로 격차가 심한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건부는 2023년까지 인구 1만 명 당 8~9명의 의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지방마다 600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 베트남은 매년 10만~15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므로 인구 증가 속도와 인구 대비 의사 수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매년 1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
베트남 보건부 관계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풀뿌리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특히 도서지역 공공의료 근로자의 임금 및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규정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프로젝트585’는 산간도서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공중 의료시설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격무와 저임금에 시달리며 당장 처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공 전문 의료진의 이탈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법은 민관협력(PPP) 투자=미국 상무부 국제무역관리청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의료부문에 대한 PPP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PPP 모델을 통해 의료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현대적인 의료장비를 구매하며 의료인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재정 자원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의료분야의 적극적인 민간 참여가 전체 의료분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의료분야는 의료기기다. 호찌민시 의료기기협회에 따르면 2017년 베트남은 영상 의료장비 구입에 11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9.6% 성장해 올해는 18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건강 관련 하드웨어(HW) 및 소프트웨어(SW) 업체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부는 2019년 3월 1일부로 의료기관이 기존의 종이차트를 전자차트로 바꿔 기록하도록 했다. 아직 전자차트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모든 병원이 전자차트를 사용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사립병원의 92.3%는 병원 관리 SW를 사용하고 있지만 공립병원에서는 아직도 수기로 차트를 기록하기 때문에 오진 및 오투약 사례가 많다. 베트남이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보건의료 분야에도 이를 접목할 것으로 보여 향후 의료 관련 SW 및 인공지능(AI) 진단 프로그램 등의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의 베트남 의료시장 진출 및 원조=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는 지난 5월 향후 5년간 베트남 빈그룹의 빈멕타임시티국제병원에 서울대병원이 지원하는 국제 표준의 종합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는 빈멕국제병원에 전문 의료진을 파견해 검진센터 운영 노하우 및 현지 의료진 교육을 지원하게 된다. 또한 향후 중대 질환 예방의학 부문을 강화하고 환자 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 정부가 베트남의 헬스케어 분야에 원조한 금액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376만4290달러에 달한다. 프로젝트(1건), 개발 컨설팅(6건), 의료봉사단 파견 (204명), 연수생 초청(14건), 민관 협력사업(36건) 등을 통해 베트남의 보건의료 발전을 지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부 지원 내역은 프로젝트 93만2815달러, 개발 컨설팅 218만6300달러, 봉사단 파견 411만6304달러, 민관 협력사업 605만4565달러였다.
이와 관련, KOTRA 하노이 무역관은 “베트남에서 공립 의료 종사자가 이탈하는 것은 저임금, 격무 등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면서 “베트남 정부와 보건부는 공공의료 지출 예산과 공공의료 종사자의 임금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의료 및 투자자를 통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의료분야 종사자 및 관련 기업이 베트남 정부의 민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태로 진출을 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 대형 병원에 의료기술 전수 및 산학 협력을 통해 진출할 수도 있다. 현지 의료기술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의료 관련 SW도 유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