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2021년 현지에서 발생한 위조상품, 모조품, 출처 불분명 상품, 원산지 위조 사건은 4만1375건이고 이에 대한 벌금으로 약 1800만 달러가 징수됐다. 위조 형태가 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지면서 시장 관리 및 밀수 방지가 시급한 현지 상황을 정리했다.
▶다양한 위조형태와 불법 유통=위조상품과 모조품은 가장 많은 상표권 침해행위가 이뤄지는 위조형태다. 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상표를 도용해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상표뿐만 아니라 기존 상품을 모방한 위조상품 제작 및 유통까지 이뤄지고 있다. 지식재산권자의 허가 없이 상표를 사용할 경우 베트남 지식재산법에 따라 130~215달러(300만~500만 동)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은 화장품, 전자기기, 가전제품 등 외국 기업 의존도가 높아 그만큼 외국계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 인기를 끄는 상품을 중심으로 짝퉁 제품이 빈번하게 유통되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산으로 가장한 배가 시장에 등장했는데, 이 상품들은 한국 제품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없었다. 또한 시장과 수입 과일가게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배의 가격은 kg당 11~15달러(27만~35만 동)였지만 가짜 배는 사회공유망서비스(SNS)에서 3.9~4.3달러(9만~10만 동)에 판매됐다.
베트남의 소비자권리보호법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품 및 서비스 관련 정보를 숨기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430~860달러(1000만~2000만 동)의 벌금이 부과된다.
불법 유통 제품은 베트남 오프라인 상점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수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현지 법률에 따라 라벨 미부착 시 상품 가치별로 최대 1억 동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가짜 상품의 유통채널 다양화=최근 베트남 위조상품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이다. 현지 컨설팅 업체 케피오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베트남의 인터넷 사용자는 7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3.2%에 달한다.
또한 구글-테마섹-베인앤컴퍼니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1년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30억 달러로 동남아 4위였지만 2025년에는 390억 달러로 말레이시아 다음을 차지할 전망이다.
베트남의 인터넷 보급률 제고와 전자상거래 급성장은 유통망의 온라인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위조상품 유통채널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쇼피, 라자다, 파도 등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화장품, 소비재 등 다양한 위조상품이 온라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방대하고 처벌 강도가 낮아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반복적으로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쏟아지는 한국 위조상품=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2021년 1월 발표한 ‘2021년 국가 이미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이미지 평가에서 베트남은 95%의 긍정 평가를 얻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베트남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상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수록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판매되는 위조상품과 한류 편향 제품 또한 증가하고 있다.
먼저 소비재, 화장품, 식품, 의료품,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위조상품들이 베트남에서 유통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수요가 급증했던 마스크의 경우 한국 식약처 인증인 ‘KF’라는 문구가 쓰인 마스크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베트남 업체들이 많았지만 이 업체들은 ‘KF 인증기업’으로 검색이 불가능했다.
마스크와 더불어 코로나19로 베트남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수요도 함께 늘어났지만 이 역시 위조상품의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광동제약의 ‘우황청심원’의 경우 유사제품 중 유일하게 베트남 내 합법 유통이 승인된 한국 기업 제품이지만 현지에서는 이를 모방한 제품들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
위조상품에 의한 피해를 막고자 위조 방지 스티커 등 다양한 구별법들이 인터넷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방법의 공개가 더욱 정교한 위조품을 만들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이슈가 됐던 ‘무무소’를 필두로 소비재,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에 편승한 저질 제품들이 여전히 유통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직간접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 내 우리 기업의 피해는 일반 상품뿐만 아니라 초상권, 저작권 등 문화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BTS, 블랙핑크 등 유명 K-팝 아이돌들의 초상권 보호가 온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비공식 굿즈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웹툰 등 콘텐츠를 불법 번역 및 유포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지 문화 콘텐츠 관련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 유포자 사이트에 경고장을 보내면 잠시 없어지는 듯하다가 이내 유포 활동을 재개하고 그 숫자 또한 많아 단속이 힘들다. 무엇보다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 저작권이나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지 않아 베트남 내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기업 시사점=베트남의 위조상품 유통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유통되는 위조상품의 수가 더욱 많아지고 방법 또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 기업들이 진품과 가품에 대한 식별 방법을 공개하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 힘든 이유는 식별 방법이 공개되면 더욱 정교한 모조품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조상품 적발 시 진품 가치에 따라 430~1288달러(1000만~3000만 동)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벌금이 세지 않아 비슷한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류 편향 상품의 경우 베트남 현지뿐만 아니라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되는데, 베트남 세관이 검열을 진행하지만 언어적 한계 때문에 한국어로 된 상품들에 대한 완벽한 검사나 원산지를 파악해 처벌하기 힘든 실정이다.
베트남에서 지적재산권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최영진 변호사는 “과거에는 베트남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 및 보호 수준이 낮은 편이었지만 최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여러 국제 협약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법 개정 등을 통해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지재권 침해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침해유형에 따라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침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베트남은 상표권에 대해 선출원주의를 취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은 적시에 상표권을 등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미 저명한 상표이고 상표권이 등록돼 있다고 하더라도 베트남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별도로 상표권부터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방대한 양의 위조상품과 다양한 침해사례에 완벽하게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현지 당국과 한국 기업 간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한편, KOTRA 호치민 무역관 IP-데스크는 한국 업체들의 피해를 막고자 조만간 위조상품 식별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사례 및 침해 업체 리스트 등을 공유해 베트남 관계 당국의 직접적인 조사 촉구를 요청할 예정이다.(관련 문의 : hcmip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