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베트남은 섬유류의 미국 수출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1~9월 수출액이 35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좋은 소식이 이어졌지만, 업계는 연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남부에 진출한 우리나라 섬유 및 봉제 업체들도 갑작스러운 주문 감소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반등했던 섬유류 수요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압력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섬유류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물류난 및 재고 증가 등의 난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잇달아 금리를 올리면서 모기지 비용이 증가하자 미 소비자들의 지갑이 그만큼 얇아지고 있습니다.
가스, 식음료 비용도 올라 쇼핑 지출을 줄이고 상품보다는 여행, 외식 등의 지출을 늘리고 있어 패션 브랜드의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미국 의류 수출 대목인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포함한 가을/겨울 시즌 주문이 예년에 비해 30~40% 급감했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판매시점주문(BOT) 시스템을 구축해 물류비용을 줄여 나갔지만 팬데믹 이후 공급망 교란으로 배송이 지연되면서 더 이상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게 되자 재고 관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상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늘어난 운송기간,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을 감안해 수입물량을 대폭 늘렸는데, 이제 이런 요인들이 재고 증가로 나타난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가 폭등했고 물류 적체로 미 주요 항구의 하역작업 지연도 재고율 증가의 원인입니다.
재고율이 높아지면서 신규 발주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해 베트남의 록다운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바이어들이 공급처를 인도네시아나 과테말라 등 중남미로 변경한 것도 베트남 주문 감소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영국 및 유로존의 경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러-우 사태로 시작된 에너지 위기로 유로존의 에너지 가격은 올해 들어 40% 이상 올랐고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국가는 7~8%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됩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도할 경우 유럽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상승해 구매 수요는 더욱 감소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섬유 및 봉제 분야 한국 기업들의 가동률은 30~40%에 머물고 있으며 대부분 주 4일 가동으로 축소 운영되는 상황이지만 가동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 섬유의류협회(VITA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류 및 신발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지만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주문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호치민 무역관은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패키지, 원사, 직물, 봉제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 수출 확대를 위해 녹색 및 재활용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