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육아용품시장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베트남의 맞벌이 가정은 74%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지만 저출산으로 가정당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유아 및 아동 제품 시장이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베트남의 유아 및 아동 시장 동향과 한국 기업의 진출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 자녀는 적게, 투자는 크게=1960년에 한 가정에 두 자녀 이하만 낳도록 하는 산아제한 정책 이후 베트남의 출산율은 지난 20년간 계속해서 낮아졌다. 통계청의 2019년 보고에 따르면 2001년 여성 1명당 2.25명이던 출산율은 2019년에는 2.09명으로 줄었다. 특히 도시 여성의 출산율은 2.09명으로 농촌보다 0.17명 낮다.

수십 년간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급락해 사회와 경제를 지탱할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우려되자 베트남 정부는 201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폐지를 검토해왔다. 현행법상 1가구당 2자녀로 산아제한이 돼 있지만 실제로는 세 번째 자녀를 출산하더라도 별다른 제약이 없다.

베트남경제연구소의 ‘21세기 베트남 경제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들의 평균 결혼시기는 19~20세기에는 여성 18~23세, 남성 22~27세였으나 21세기 들어서는 여성 25~28세, 남성 28~32세로 늦춰졌고 오는 2030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푹 총리는 베트남 공산당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출산 장려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평균 출산율 1.68명과 비교하면 베트남은 가임기 여성 1인당 2.09명의 출산율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아시아태평양(APAC)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구 1000명당 출생 아동 수는 16.5명으로 동남아 11개국 중 9위에 머물렀다.

단순하게 보면 출산율 둔화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고급 제품을 구입하려는 성향, 자녀 1명당 지출액의 증가, 육아용품 사용빈도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영유아 제품 시장의 성장을 보완할 전망이다. 베트남 도시지역에서는 지난 10년간 한 자녀 부모가 37% 증가했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더라도 자녀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외동 자녀를 키우려고 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2030세대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늦게 결혼하고 3명 이상 출산하던 풍토에서 벗어나 한두 자녀 낳기를 선호한다. 자녀 수가 한두 명으로 적어지면 다자녀를 키울 때보다 고급, 고가 상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신생아부터 5세 전후까지의 영양 관련 식품, 위생용품, 문구 등의 고급 제품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 유아동 상품의 총 매출액은 2014년 4170만 달러에서 2019년 6560만 달러로 5년 사이에 57.4%나 증가했다. 유아동 피부 제품이 59.1%로 비중이 가장 크고 판매율도 월등했다. 또한 유아동 헤어케어 제품은 전체 시장의 21.5%를 차지하며 2위를 기록했다. 베트남의 영유아용품 시장은 현재의 매출액과 대비하면 2024년까지 27.3% 증가한 8360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 자녀를 위한 신중한 선택=베트남 부모들은 유아동 제품을 선택할 때 품질과 원산지를 가장 많이 고려한다. 고품질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육아의 개념이 변하면서 유아동 제품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젊은 부모들은 베트남 전통 육아법은 물론 해외 육아법에 대해서도 철저히 공부해 적용한다. 베트남 부모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해외 육아법은 일본, 미국, 유태인의 육아법이며 이들 국가에서 수입한 유아용품도 인기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수입제품은 스윙과 바운서다. 기존에는 안아서 아이를 재우는 아기띠나 슬링을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전동으로 사람이 안은 듯 흔들어주는 스윙과 바운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에 수입되는 전동 바운서 및 스윙 중 인지도가 높은 것은 조이, 그라코, 브라이트스타, 포맘스 제품이다. 이들은 200달러에서 400달러의 고가 제품이지만 편리한 육아를 위해 젊은 부모들은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양에 관심이 높은 베트남 부모들은 자녀가 분유를 먹을 나이가 지나도 각종 영양성분을 함유한 성장 촉진용 조제분유를 비타민처럼 먹이고 있다. 일찍부터 영유아 성장 보조식품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다국적 식품기업들은 베트남에 진출해 시장을 분석하고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성장 조제분유 중 애보트의 ‘페디아슈어’는 200ml당 6만 동의 비싼 가격에도 시장 점유율이 1위다. 이 제품의 경쟁 브랜드와 제품으로는 엔파밀의 ‘엔파그로우’, 네슬레의 ‘난옵티프로’, 비나밀크의 ‘요코’ 등이 있다.

베트남 부모들은 일본과 유럽 및 북미 제품을 최고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가운데 존슨앤존슨은 다른 수입 영유아 제품보다 10년 이상 앞선 1994년에 진출했기 때문에 베트남 부모들 사이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 뒤를 일본의 피존, 프랑스 락타시드 등이 잇고 있다.

유명 분유기업의 제품은 베트남의 평균 소득수준에 맞춰 가격이 형성된다. 자국에서 800g 한 캔에 40달러가 넘는 분유가 베트남에서는 20~30달러에 판매된다. 베트남에서 인지도가 높은 수입 분유 브랜드는 네슬레, 압타밀, 프리소, 애보트, 메이지 등이다. 한국 분유 중에는 남양유업이 유일하게 진출했다.

베트남의 롯데마트나 이마트에 가면 남양유업에서 수출한 분유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분유의 점유율은 다른 수입산에 비해 턱없이 낮아 기존에 진출한 미국, 유럽, 일본 브랜드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쉽게 공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 분유는 품질이 좋고 소화도 잘 되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베트남의 중가 시장을 공략하기 힘들다. 베트남 로컬 기업 중에서는 비나밀크가 유일하게 공격적인 마케팅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입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베트남은 기혼여성의 직장생활 비율이 높다. 결혼 이후 출산을 하더라도 80% 이상의 여성이 출산 3~4개월이 지나면 복직해 직장생활을 한다. 따라서 베트남 여성들은 모유보다 분유 수유를 선호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의 모유수유 비율은 동남아 국가 중 최저인 19.6%다.

2018년 호치민의 H산부인과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산 목적으로 입원한 3000명의 산모 모두가 출산과 동시에 분유를 준비했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모유보다 분유가 영양성분이 높고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인식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베트남의 젊은 여성들은 분유를 선호하며 베트남 분유 시장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전망이 밝다.

지난 4월 네슬레 베트남에 새로 부임한 비누 자콥 법인장은 KOTRA 하노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1995년 베트남 진출 이래 네슬레 분유의 점유율 증가는 품질과 식품 안전성 확보에 대한 오랜 노력이 소비자 신뢰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저귀는 미국의 팸퍼스, 하기스와 일본의 메리즈, 바비, 무니, 군, 젠키 등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네피아의 휘토와 인도네시아 브랜드 후피도 최근 진출했으나 아직 점유율은 낮은 편이다. 신규 수입 브랜드의 경우 베트남 유통업체를 통해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육아용품 구매는 전문 매장에서=바쁜 맞벌이 부부들에게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인터넷 쇼핑이 선호되며 페이스북이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고객 리뷰, 베이비 포럼 등에서 상품 정보를 찾아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

젊은 부모의 쇼핑습관의 변화는 영유아용품 구매처에도 영향을 준다. 전통적으로는 대형 식료품점이나 슈퍼마켓에서 구매했다면 2010년 이후부터는 전용 편집숍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베트남의 북부 지역에서는 키즈플라자, 남부 지역에는 콘큥이 전문 편집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한 단독 매장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에 주로 입점하는 비보마트도 있다. 키즈플라자와 콘큥은 전국적으로 각각 113개와 374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분유, 유아동 의류, 영유아 간식, 영유아 화장품, 장난감 등을 종합적으로 판매한다.

지난 10년간 유아동 제품 전문 도소매점은 토종 브랜드 위주로 발전했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할인 판매 프로모션, 멤버십 제도 덕분에 베트남 부모들은 유아동 제품 유통 전문 소매점을 애용한다.

국내 브랜드의 대형 소매점이 인기를 끌자 해외자본과 대기업이 시장 진입을 꾀했으나 10년 이상 부모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브랜드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키즈월드, 데카, 베유, 베이비솔 같은 해외 소매업체들이 진취적으로 뛰어들었다가 수년 안에 사업을 접었다. 유통업체조차 한 브랜드를 신뢰하면 꾸준히 그곳만 찾는 베트남 소비자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우리 기업 시사점=베트남 소비자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 브랜드를 선택한다. 베트남에서 한국 제품은 기본적으로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므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젊은 부모들은 구매 전에 육아 포럼이나 베이비 페어에 참석해 제품 정보를 얻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현지 육아 커뮤니티나 부모 모임을 적극 활용해 상품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 제품을 수출하는 해외 기업들은 베트남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 현지인의 성향을 파악한 후 의사, 영양사, 전문가들의 추천서나 소비자 리뷰 등을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지 유통 파트너를 선정해 진출한다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규모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현지 유통업체를 활용하면 한국에서 판매하던 가격 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현지 유통업체들은 수입상품에 대해 높은 할인율과 잦은 프로모션을 요구한다. 이를 이해하고 수용해야만 진출이 쉽다. 네슬레나 압타밀 역시 이런 현지 유통업체의 성향을 파악하고 베트남에서는 자국 판매가격보다 20~30% 낮게 가격을 책정한다. 단기 순익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구매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대형 영유아 상품 유통 브랜드인 콘큥, 비보마트, 키즈플라자 등과 제휴하면 효과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으로 베트남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커지고 있다. 또한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국산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이를 파악한 해외 브랜드들은 기존의 고가 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모션 기회와 사은품을 제공하면서 베트남 제품과 비슷하게 가격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경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 수입 기저귀 회사는 54개들이 한 팩에 30달러 전후이던 가격을 대폭 할인해 20달러 선에 공급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의 경우 기존 가격을 고수하기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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